향을 사르며
산사를 참배하며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은은히 감싸오는 향내음에
몸과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부처님 앞에 향불 하나 정성껏 사르고 참배하면 부처님 마음 속으로
함께 동화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있습니다.
작은 향 한 자루가 자신의 몸을 사르면서 연기 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아침 새벽부터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 휴지조각,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
깨어진 병조각을 주워서 거리를 아름답게 청소하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새벽 출근길에 모든 시민들이 안전하게 출근할 수 있도록 교통을 통제해 주시고
질서를 잡아 주시는 모범 운전 기사님들, 이 모든 분들은 마치 법당에서 자신을 태워
모든이의 마음을 향기롭게 하는 향처럼 말 없이 자신을 사르어
이웃에 따뜻하고 고운 향기를 전하는 분들입니다.
질서를 지키지 않는 분들 그리고 남이 보지 않는다고 함부로 휴지를 버리는 분들에게는
밝은 깨달음을 주시는 분들입니다.
항상 이웃을 위해 은밀하게 실천하는 분들은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인 것입니다.
향은 법당 안에서만 사르는 것이 진정한 향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이웃을 위하고
말없이 실천하고 사는 삶이라면 법당안의 부처님께 사르는 향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향이라도 자신만을 위하는 향은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향 자체는 차별 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향기를 선사합니다.
닫혀진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맑고 건전한 향을 사른다면
우리의 주변은 언제나 훈훈하고 가슴 뿌듯한 향내음으로 진동하지 않을까요?
- 정여 스님의 [ 구름 뒤 파란하늘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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