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시골 어느 산골에 포도밭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가을이라 잘 익은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지요.
마침 한 마리의 여우가 먹이를 구하러 나왔다가 포도를 보고는 군침이 동하고
먹고 싶은 마음에 포도밭으로 들어 가려 했으나, 포도밭의 철조망을 보고는
쉽게 들어갈 수 없어 여우는 철조망앞에 앉아 사흘을 굶어서 몸을 가늘게 만든
다음에야 겨우 철조망 안으로 기어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포도밭으로 들어간 여우는 사흘을 굶었으니 배가 몹시 고파 잘 익은 포도를 따다
실컷 배불리 먹고 포도밭을 빠져 나가려 했으나 울타리 구멍이 좁아 몸이 빠져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여우는 별 꾀를 다 짜내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할 수없이 다시 사흘을 굶은 다음에야 겨우 포도밭을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여우는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꼭 같구나!"하고 탄식을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결국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가지고 갈 것이 없습니다.
산처럼 벌어 놓은 재산도 처자 권속도 함께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직 생전에 지어 놓은 업보만이 그림자처럼 내 뒤를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은 잠깐 사이에 지나가는 것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하루에 작은 선 하나라도 실천에 옮긴다면 일년이면 삼백육십다섯 가지의
좋은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마음이 업식을 맑고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 정여 스님의 [ 구름 뒤 파란하늘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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